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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에서 보라로: 말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카페를 지배했던 초록색, 말차(Matcha)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틱톡에서 “matcha recipe” 영상 조회수는 전년 대비 37% 감소했고,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냉장 말차 음료 매출은 2024년 내내 성장이 멈췄습니다. 2025년 YouGov 설문에서는 말차를 자주 마시는 사람의 43%가 “말차는 이제 식상하다(overdone)”고 답했습니다.
요거트부터 아이스크림, 심지어 데오도란트와 스킨케어까지 말차가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확장되면서, 역설적으로 프리미엄 이미지와 희소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자리를 보라색 우베(Ube)가 채우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는 우베 vs 말차
| 지표 | 말차 (Matcha) | 우베 (Ube) |
|---|---|---|
| 월간 미디어 언급량 | 약 50,000건 (거대) | 아직 적음 (성장 초기) |
| 성장률 | +8.5% (정체) | +105% (폭발) |
| 게시물당 평균 참여(인게이지먼트) | 보통 | 127.7회 (높음) |
| 틱톡 레시피 영상 추이 | 전년 대비 -37% | 급성장 중 |
| 트렌드 단계 | 포화·성숙기 | 초기 성장기 |
핵심은 이겁니다. 말차는 볼륨은 크지만 성장이 멈췄고, 우베는 볼륨은 작지만 성장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필리핀 베이커리 Panadera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우베 라떼 사진 1장이 3일 만에 4만 4천 건의 인게이지먼트와 65만 달러 이상의 미디어 가치를 만들어낸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우베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타임라인 정리
2016년: 시작의 불씨
마이애미의 필리핀 레스토랑 Manila Social Club이 24K 금박을 올린 우베 도넛을 100달러에 출시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수준이었죠.
2019년: 트레이더조 효과
미국 인기 마트 트레이더조(Trader Joe’s)가 우베 아이스크림을 출시하자 SNS에서 폭발적 반응이 일었습니다. 출시 시즌마다 품절 대란이 반복되면서 “우베 시즌”이라는 말이 생겼고, 이후 우베 쿠키, 우베 모찌 팬케이크 믹스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습니다.
2020년: 팬데믹 바이럴
코로나 락다운 기간에 우베 치즈 판데살(필리핀 전통빵)이 달고나 커피, 구운 스시와 함께 팬데믹 음식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필리핀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 졸리비(Jollibee)도 우베 치즈 파이를 뉴욕·캘리포니아 매장에 출시했습니다.
2025년: 스타벅스 참전
스타벅스가 시카고·뉴욕·시애틀의 프리미엄 Reserve 매장에서 우베 음료를 테스트합니다. 아이스드 우베 코코넛 라떼, 우베 에스프레소 마티니 등이 등장했고, 소비자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2026년 3월: 전국 확대
스타벅스가 ‘아이스드 우베 코코넛 마끼아또‘를 정규 봄 시즌 메뉴로 전국 출시합니다. Reserve에서 테스트한 메뉴가 1년 만에 전국 매장으로 확대된 것은 그만큼 상업적 가능성이 검증되었다는 뜻입니다. 블룸버그는 이 현상을 “퍼플 골드 러시(The Purple Gold Rush)“라고 명명했습니다.
왜 하필 우베인가? MZ세대가 열광하는 3가지 이유
1. 비주얼의 힘: “보라색은 사진이 된다”
우베의 선명한 보라색은 SNS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 중 하나입니다. 인스타그램·틱톡에서 음식 콘텐츠의 성패는 ‘엄지를 멈추게 하는 색’에 달려 있는데, 보라색은 음식에서 흔하지 않아 자연스러운 주목을 끕니다. 말차의 초록색이 이미 익숙해진 시점에, 보라색은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줍니다.
2. 건강과 맛의 양립
우베는 예쁘기만 한 게 아닙니다. 안토시아닌(항산화), 비타민C(일일 권장량 40%), 저항성 전분(프리바이오틱스), 혈당지수 24(매우 낮음) 등 실질적인 건강 효능이 있습니다. ‘몸에 좋으면서 예쁜 음식’을 원하는 MZ세대의 니즈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3. 이국적 경험에 대한 갈증
말차가 일본 문화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되었듯, 우베는 필리핀·동남아 문화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있습니다. 필리핀 여행에서 할로할로(Halo-halo)를 먹어본 경험, 보홀의 우베베 카페 후기가 SNS에서 공유되면서 “나도 먹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합니다.
필리핀 “보라색 골드” 위기: 씨가 마르고 있다
우베의 인기에는 공급 문제라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 전 세계 우베의 90% 이상이 필리핀에서 생산됩니다.
- 2025년 1~9월 필리핀 우베 수출량은 약 610톤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습니다.
- 2025년 우베 수출액은 306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 폭발적 수요에 필리핀 농업부는 농업 예산을 3배로 증액하고, 농민들에게 우베 종자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 그럼에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미국 바이어들이 브라질 커피 계약을 취소하고 우베 확보에 자본을 재배치하는 사례까지 발생했습니다.
- 우베 소매 가격은 2019년 파운드당 2달러에서 2025년 4.99달러로 2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공급 부족은 역설적으로 우베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합니다. 말차가 어디서든 구할 수 있어 식상해진 것과 반대로, 우베는 “구하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 아직 초기, 지금이 기회
한국에서 우베 트렌드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 한국 스타벅스는 글로벌 우베 공급 부족으로 자색고구마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우베와 자색고구마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비교 글을 참고하세요.)
- 일부 개인 카페에서 우베 라떼·우베 디저트를 메뉴에 올리기 시작했지만, 아직 소수입니다.
- 카페 사장님들 사이에서 “우베 파우더 어디서 구하나요?”라는 질문이 커뮤니티에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말차 → 우베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이고, 한국은 이제 시작 단계이므로 선점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입니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이유 4가지
“금방 지나가는 유행 아닌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데이터에 있습니다.
- 스타벅스가 전국 정규 메뉴로 채택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일시적 유행에 공급망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Reserve에서 1년간 테스트한 뒤 전국 확대한 것은 장기 판매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뜻입니다.
- 필리핀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농업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농업 예산 3배 증액은 몇 달짜리 유행에 할 수 있는 결정이 아닙니다.
- 맛과 건강 효능이 실재합니다. 비주얼만 좋은 유행(달고나 커피 등)은 빠르게 사라지지만, 우베는 안토시아닌·저혈당지수 등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실질적 가치가 있습니다.
- 제품 카테고리가 무한 확장 가능합니다. 라떼·아이스크림·케이크·팬케이크·빙수·잼·빵까지, 우베가 들어갈 수 있는 제품군은 말차와 동급으로 넓습니다.
보라색 물결은 이제 시작이다
말차가 2010년대를 대표했다면, 우베는 2020년대 후반을 대표할 식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페 운영자라면 지금 우베 라떼 레시피로 메뉴를 테스트하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면 우베 콘텐츠를 선점하고, 소비자라면 이 새로운 맛의 물결을 즐겨볼 타이밍입니다.
초록색 다음은 보라색. 퍼플 골드 러시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말차 가고 우베 온다, 2026 보라색 열풍의 모든 것”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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